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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싶어하는 불상의 마음] 비로자나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5.17
첨부파일0
추천수
7
조회수
367
내용
비로자나불  毘盧遮那佛

침묵沈黙과 적조寂照의 미
그것은 아마도 불교미의 최상일 것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장엄하며 평화스러운 미일 것이다. 

색깔로 치면 무채색의 은은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은 다채색의 강렬한 아름다움보다 훨씬 인간을 평화롭게 하며
스스로를 반조하게 하는 숙연함이 있다. 

그것은 영원으로 향하려는 인간의 속성을 
군더더기 없이 말숙하게 잘 표현한다. 

바로 영원한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은 그러한 모습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대표적인 부처님이다. 

『법화경』에서는 그 대략적인 묘사만 했을 뿐,
그 구체적 특성이나 법신불의 세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었다.

『화엄경』에 이르러 영원한 부처님인 법신불을 
침묵의 부처님, 광명의 부처님으로 언급하면서 
비로자나불을 전면에 내세운다. 

비로자나불의 산스크리트 표기는 '바이로차나 붓다Vairocana Buddha'이다.

바이로차나는 태양이 모든 곳을 밝게 비추는 특징 내지는 태양 자체를 말한다. 

원래 '골고루'라는 뜻의 부사 'Vi' 
'빛나다'라는 뜻의 동사 원형 '루츠ruc'에서 파생된 것으로 불을 가리키기도 하고 
때로는 달을 지칭하기도 했다. 

태양의 빛이 만물을 비추듯이 비로자나불은 우주의 일체를 비추며 일체를 포괄한다.

그러나 이 법신불에는 형상이 없고 소리도 없다. 그래서 전혀 설법을 하지 않는다. 

다만 법신불의 미간 백호에서 광명이 터져 나와 시방세계의 모든 나라를 비춘다.

그래서 비로자나불을 모신 전각을 대적광전大寂光殿 혹은 적광전이라 하며
그 부처님 이름을 따서 비로전이라 칭하기도 한다. 

불국사에는 설법하지 않는 전각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무설전無說殿이 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로자나불이 빛을 발하자 그곳에서 무수한 불·보살들과 신들이 나타나 
비로자나불의 세계를 찬탄하고 그 대지를 아름다운 연꽃으로 꾸미며 
부처님 대신 설법한다. 

바로 화엄華嚴의 바다가 펼쳐진다. 

모든 사물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한 떨기 연꽃으로 피어나 조화를 이루며
세계를 아름답게 장엄하니 바로 연화장(연꽃으로 장엄함)의 세계이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모든 악기가 각기 제 목소리를 내더라도 하나의 화음을 이루어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를 일컫어 하나가 여럿과 어울리고 여럿이 하나에 들어가는 진리의 세계,
조화와 통일의 세계인 법계라 한다. 

그러한 통일의 원리, 우주가 돌아가는 이치를 인격화해서 법신불이라고도 한다. 

법신불은 법, 즉 공의 인격화된 모습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공의 의미를 살펴보면 비로자나불의 특징이 좀 더 확연히 드러난다.

교토학파의 일원인 히사마츠 신이치의 「동양적 무의 성격」에 공의 특징이 잘 설명되어 있어 그 내용을 요약한다. 

첫째, 무일물성無一物性이다. 

무일물이란 단지 한 물건도 없다는 부정적 표현이 아니라 어떠한 집착의 흔적조차 없다는 뜻이다. 

내외의 대상을 전부 끊어버리고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말한다. 

둘째 허공성虛空性이다.

이 허공에는 열 가지 뜻이 있다. 

(1) 무장애無障碍다. 말 그대로 어떤 것에도 장애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2) 주편周遍이다. 
허공은 모든 곳에 널리 퍼져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공은 마음의 세계까지 미치므로 사실 허공보다 더 그 범위가 넓다. 

(3) 평등이다.
취하고 버리거나, 귀하고 천하거나, 선이거니 악이거니 관계없이 모든 것을 평등하게 받아들인다. 

(4) 광대廣大이다.
타자로부터 한정되지 않으므로 한계가 없이 광대무변하다.

(5 )무상無相의 뜻이 있다.
외형상으로나 내면상으로 어떤 한정된 모습이 없다.

(6) 청정淸淨의 뜻이다. 
말 그대로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다. 
푸르른 벽공을 떠올려 보라. 육체적으로 청정하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마음 또한 명경지수처럼 청정하다.

(7) 부동不動이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며 불생불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상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즉 동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서의 부동이 아닌 것이다.

(8) 유공有空의 뜻이다. 
자로 재거나 기하학적으로 측량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참이라든가 미 등으로 헤아리기도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9) 공공空空이다.
공이라 해도 단순한 무가 아니다.
유무를 초월하여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닌 무적 주체를 말한다. 
공에 대한 머무름 또한 공에 대한 집착이므로 그러한 공마저 끊어버린 대 자유이다. 

(10) 무득無得의 뜻이 있다. 
어떤 소득도 없다. 다른 것은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소득도 전혀 없다.
그래서 얻을 바가 없으며, 탐욕으로부터 떠나 있고, 아기의 마음처럼 순수하다는 의미가 성립된다.

셋째, 즉심성卽心性이다. 
허공에는 생명이 없으나 공에는 마음이라는 포근한 생명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생명이나 마음이 아니다. 허공과 같은, 그렇지만 활기 넘치는 생명과 자각이 용솟음치고 있는 마음이다. 
바로 무념 무심한 마음이 공에 담겨 있는 것이다.

넷째, 자기성自己性이다.
이는 주체적 마음을 말한다. 그것은 대상적으로 보이는 마음이 아니다. 
나아가 주객으로 나누어진 이후의 이분법적인 자기가 아니라 주객으로 나누어지기 이전의 주체적 자기를 말한다.

다섯째, 자재성自在性이다.
공은 주체적일뿐더러 완전히 자재한 주체이다. 
어떤 대상, 심지어 부처님에게도 속박되지 않는 진실로 자유로운 경지를 말한다.
불교의 진정한 해탈은 이러한 자재성이 철저해지는 것이다.
어디에 집착하거나 걸림이 없이 즉각적으로 상황에 응해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유희 삼매의 경지이다.
이를 인격적으로 말하면 어디에 의존하는 바 없는 참사람인 무위진인無爲眞人이라 한다.

여섯째, 능조성能造性이다. 
바로 창조성을 말한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찬란한 인류 문명을 형성해 냈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이 유용한 물건들을 만들어냈어도 생명만은 창조할 수 없었다. 
즉 인간의 창조성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이 모든 생명까지 만들어 낸 전지전능한 창조자라 할 수 있으나 그것인 실증되지 않은 신화에 불과하며 단지 그렇게 믿어질 뿐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신앙이 아니라 유심唯心의 실증이다.
마음은 마치 바닷물과 같아 물결이 수시로 일어나고 사라지되 물 자체는 불기불멸不起不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을 바탕으로 무수한 물결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듯 공으로부터 숱한 사물들이 창조되고 사라진다.

한마디로 공은 광대무변하고 못 미치는 데가 없으며 모든 생명의 바탕이요 창조자다.
그래서 그 공의 인격화로서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을 가리켜 '변일체처遍一切處(모든 곳에 두루 미치며)요 광명변조光明遍照(밝은 빛으로 곳곳을 비추지 않는 곳이 없다)라 한다. 

이 비로자나불인 법신의 특징을 『대승기신론』에서는 진여의 모습으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1) 크나큰 지혜요 광명이다
2) 세상의 모든 대상계를 두루 비춘다.
3) 진실 그대로를 아는 힘이 있다.
4) 깨끗한 마음을 본성으로 한다.
5) 영원하고 행복하며 자유로우며 깨끗하다.
6) 청결하고 시원하며 언제나 변함이 없이 자재하다.

진여眞如, 법신, 비로자나불은 모든 언어와 형상을 떠나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굳이 그 말할 수 없는 경지를 어떤 모습으로 표현하자면 위의 6가지 특징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무에서, 그 고요한 침묵에서 삼라만상이 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며 이 세계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그것이 화엄이다.

우리나라를 예로부터 이 화엄華嚴의 비로자나 부처님을 극진히 섬겨왔다. 

신라는 그 삼국 통일의 원리를 이러한 화엄의 사상에서 빌어 왔다. 

해인사, 부석사, 범어사, 화엄사, 갑사, 국신사를 비롯한 전국의 유수한 사찰이 

화엄의 세계관 위에 다함이 없는 백화난만한 꽃을 피운다. 

거기 비로자나 부처님이 침묵의 미소를 보내고 있다. 

보림사나 도피안사의 철조비로자나불 좌상도 그렇게 천 년을 훨씬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미소 짓고 있다. 

- 출처 : 누구나 알고 싶어하는 불상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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