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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승의꽃 다시 만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6.08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413
내용

대승경전의 꽃, 다시 만나다.

 

종단 기본교육기관인 사찰승가대학 커리큘럼은 1학년 과정을 치문 반, 2학년 과정을 사집 반, 3학년 과정을 사교 반, 4학년과정을 대교반이라 한다. 대교반 때는 화엄경을 공부한다. 학인시절, 화엄경을 원본이 아닌 영인본으로 그것도 사중도서실에 비치 해놓은 것으로 보았다. 도반스님들은 은사스님께서 보시던 책이거나 사형이 보시던 책이거나 아니면 평생 소장하고 싶은 경전이라 여기고 몫 돈으로 원본을 구입하기도 했다. 영인본은 원본에 비하면 그다지 높은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 내게 있어서는 화엄경81권을 소장한다는 영광은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형편이 좋아졌지만 화엄경81권을 소장하지 못했다.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커리큘럼만 이수하면 다시 보지 않아도 되는 화엄경, 그 무게감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것이 큰 이유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화엄경을 만날 시간도 인연도 주어지지 않았다. 부산 ,경남 지역에 사는 도반들이 문수경전연구회에 화엄경 공부하러 다닌다는 소식에 그저 부럽다는 생각만 일으켰다. 그런데 얼마 전 이였다.

온 도량에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던 날, 택배아저씨가 끙끙거리며 책 두 박스를 두고 갔다. 주문 한 적이 없는 책인데 누가 보냈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책 박스를 풀어보는 순간, 학인시절 그토록 소장하고 싶었던 그 대방광불 화엄경’ 81권이였다.

원본도 영인본도 아닌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책표지, 책 디자인 글자체까지 도량 어디에도 피우지 못한 꽃으로 환하게 나를 마주한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한 번도 대 강백 무비스님을 뵌 적은 없다. 사찰보관용으로 발송 해드린다는 종단 측의 짧은 안내문을 읽고서야 다시 한 번 대 강백 무비스님의 인터뷰 내용을 상기 해 본다.

혼자공부해서 책으로 남겨 놓는 것도 좋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회향되려면 많은 사람에게 법공양을 올리는 게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평소에 가졌다. 그래서 책이 완간되면 조계종 주요사찰, 주요스님에게 1000질을 공양 올려야 되겠다는 마음을 냈습니다.”

우둔한 사람이 애써서 공부 한 것을 묻혀두기 아까워서 책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부디 눈 밝은 뒷사람들이 바로 잡아 주시길 학수고대합니다. 저 또한 기회가 되면 잘못 된 것을 바로잡고 다듬어서 새로운 강설을 쓰겠습니다.“

대 강백의 겸손에 저절로 숙연 해지는 마음이다. 여덟 묶음의 책을 받은 지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책을 서재 한편에 올려놓고 아직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 경전을 소리 내서 읽는 것은 글이 생생한 말로 다가오기 때문이고, 경을 본다는 것은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자기를 다스려 나간다는 것이다.

30여 년의 동안 올곧은 학자의 혜안으로 풀어 놓은 내용을 너무 단숨에 읽고 책을 덮어 버릴까봐 하는 염려스러운 마음이 앞서고, 경문의 한 구절 한 구절에 담긴 크고 깊은 뜻을 충분히 받아드릴 수 있는 경안(經眼)이 내게도 있을까하는 생각이다.

학인시절, 경을 보는 눈이 아둔했기 때문에 방대한 경 구절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제 제도 속에 스쳐 보내야하는 마음이 아닌 재미롭고 환희로운 화엄의 꽃을 내 안에서부터 피우자면 단단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듯하다. ‘대방광불화엄경통해 더 큰 울림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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